날 보러 와요 (영화 '살인의 추억' 원작)
역할 : 김 형사 (살인의 추억 : 김상경)
장소 : 취조실
[김형사] 기억할 수가 없지? 왜? 듣질 않았으니까.
[정인규] 들었어요!
[김형사] (모차르트 레퀴엠을 튼다) 좋아, 그럼 네 신청곡이 끝난 후 DJ가 뭐라고 했는지 말해봐. 아주
인상적인 말을 했거든. 끝까지 들었다면 그 걸 기억하지 못할 리가 없지
[정인규] ---
[김형사] 잘 생각해봐, 정인규. 바로 며칠 전 일이야. 비 오던 날 말이야. 네가 신청한 곡이 나 온다 미현이 얼굴을 떠올린다. 넌 서서히 흥분되기 시작한다. 시계를 보니까 8시 20분 넌 마음이 급해진다. 8시 반이면 미현이가 뚝방을 건너니까 라디오를 끄고 방 불도 끄고 넌 몰래 집을 빠져나온다. 뚝방까지 있는 힘을 다해 달린다. 뚝방 아래 숨어 미현이를 기다리고 있다, 숨을 헐떡이며.
뚝방 저쪽 끝 어둠 속에 미현이의 모습이 어렴풋이 보인다 우산을 쓰고 오고 있다. 빗소리에 섞여 찰박 찰박 미현이 발걸음 소리가 들린다. 가슴이 뛴다 숨이 가쁘다 하지만 이 벅찬 가슴을 눌러야 한다 그 순간을 맛 보기 위해서는, 드디어 미현이가 머리 위로 지나간다. 이때다 뛰어올라 뒤에서 미현이를 덮친다. 미현이는 너무 놀라 소리 한번 질러보지 못하고 너의 포로가 된다. 미현이를 뚝방 아래 미리 봐 둔 장소까지 끌고 간다. 제대로 반항도 못하면서 허우적거리는 미현이의 명치 부분을 정확하게 가격한다. 비를 맞으며 땅바닥에 누워 숨을 몰아 쉬는 미현이의 모습에 참을 수 없는 충동을 느낀다. 난폭하게 옷을 벗긴다. 어둠 속에서 미현이의 알몸이 뽀얗게 빛난다. 실신한 상태에서도 미현이는 버둥거리며 몸을 웅크린다 얼마간의 반항은 괜찮지. 오히려 즐거움을 더해주니까. 미현이의 여린 살을 혀로 핥아낸다. 속살의 따스함과 빗물의 차가움이 동시에 혀로 전해온다. 이 쾌감! 아직 다 여물지 않은 젖꼭지. 이빨로 꽉 깨물어주고 싶지만 치흔을 남겨서는 안 된다. 허리띠를 클르고 바지를 내린다. 그리고 네 물건을 미현이의 거기에 문질러 댄다. 힘껏 더 힘껏. 그렇게 안간힘을 쓰지만 절정의 그 순간이 오기도 전에 망할 놈의 물건이 쪼그라들고 만다. 추위도 공포도 아닌 어떤 기억 때문에. 너를 괴롭혀 오던 열등의식. 미현이가 두 팔로 밀쳐내는 순간 그놈에 기억이 되살아난 것이다. 두 팔로 따뜻하게 감싸 안아주기를 바랬는데--- 빌어먹을! 손을 더듬거려 스타킹을 찾는다. 검정색 스타킹이 미현이의 흰 목을 감는다. 세게 당긴다. 아주 세게. 있는 힘을 다해서. 미현이는 사지를 버둥거리다가 이내 축 늘어지고 만다. 차갑게 식어가는 시체를 눕혀놓고 다시 한번 해본다. 안 된다. 화가 난다. 도저히 참을 수가 없다. 미현이의 가방을 뒤져 필통에서 연필 깎기 칼을 꺼낸다. 미현이의 가슴에 엑스자를 긋는다. 한번 두 번 세 번 배에도 허벅지에도 미친 듯이 엑스자를 그어댄다. 비가 미현이의 살갗을 계속 씻어 내리는데도 미현이의 몸은 시뻘건 피로 범벅이 되어 있다. 나쁜 년! 나를 밀쳐내? 그까짓 구멍이 뭐라고? 넌 우산을 들어 미현이의 몸 깊숙히 밀어 넣는다.
김형사가 이 말을 하는 도중 정인규는 이를 계속 부인하다가 나중에 가서 그 부인은 범행을 시인하는 혹은 참회하는 듯한 울음으로 바뀐다.
[김반장] (음악을 끄며) 자, 이제 말해봐. 어차피 넌 못 빠져나가. 혈액형은 이미 B형으로 확인이 됐고 이제 DNA 감식 결과가 나온다. (울고 있는 정인규 에게) 다 털어놔, 사실대로. 털어놓고 나면 시원할 거야.
정인규는 계속 울고 있다. 이때 박형사가 감식 결과 봉투를 들고 허겁지겁 들어온다.
'연 기 > 독 백 & 대 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남자 독백] 독립영화 <타이레놀> 재기 (0) | 2021.12.22 |
---|---|
[남녀 2인 연기] 영화 <내 아내의 모든 것> 정인&두현 (일본어 대사 포함) (0) | 2021.12.21 |
[오디션 대본] 영화 <장사리 : 잊혀진 영웅들> 40대 이상 역 (0) | 2021.12.19 |
[오디션 대본] 영화 <장사리 : 잊혀진 영웅들> 북한 사투리 연기 (0) | 2021.12.16 |
[오디션 대본] 영화 <장사리 : 잊혀진 영웅들> 학도병 길부&하륜 (0) | 2021.12.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