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션 대본] 영화 <슬로우 비디오> 석 의사

슬로우 비디오

역할 : 석 의사 (고창석)

장소 : 석 의사가 운영하는 '석안과'

 

#1. 석안과/낮

 

거치대에 오른 어린 장부의 눈을 들여다보고 있는 의사. '석 의사'다. 야구를 좋아한다.

 

석 의사 : (심각하게 보다가) 이런 경우가 참, 저도 처음인데.

장부 : (답답하다) 운명이라서 그런 거예요.

석 의사 : ?! (부모님들께) 운명 아니구요. 이게 뭐냐면요.

 

석 의사가 양손을 펼치더니 양옆으로 마구 흔들곤 갑자기 뒤로 숨긴다. 장부, 보고 있다.

 

석 의사 : 몇 개, 몇 개?

장부 : .......... 두 개, 세 개요.

석 의사 : (부모님들께) 이런 거거든요.

아빠, 엄마 : ?! (엄마 품에는 장미가 잠들어 있다)

석 의사 : 그러니까, 제 말은.

 

이번에는 장부가 고개를 좌우로 어지럽게 흔들고 있다. 저기, 석 의사가 시력 검사표 앞에 앉아 이것저것 가리킨다. 아빠, 엄마는 걱정스러운 와중에 여전히 뭔 짓인가 싶다.

 

석 의사 : 이거, 이거, 이거.

장부 : (좌우로 어지럽게 흔들면서도) 7, 새, (오른팔을 들어 왼쪽으로 쓰윽 움직이며) 이쪽.

아빠, 엄마 : ??!!

석 의사 : 동체시력이라고. 움직이는 물체를 보는 능력인데. 얘는 그게 엄청 발달했어요 엄청. .......... 항상 그런 건 아니고, 본인이 의지를 가지고 집중해서 볼 때 그런 건데, ....야구 시키죠. 공 딱 노려보면, 공이 천천히 들어오니까. 다 치는 거죠.

장부 : (또 끼어든다) 달리면 왜 넘어져요?

석 의사 : (부모님들께) 어지러우니까요. 평소 때는, 그냥 느린 거죠. 슬로우 비디오 아시죠? 자체 슬로우 비디오 기능이 있는 거죠. (느릿느릿 이런저런 액션을 취한다. 춤추는 것도 같고 우스꽝스럽다) 이런 식으로, 이런 식으로.

아빠, 엄마 : ??!!

석 의사 : 근데, 달리면 눈이 자연스럽게 집중을 하기 시작하고, 몸이 달리니까 뇌는 아, 달리는구나 싶은데. 눈으로 들어오는 시각정보는 오히려 느려지니까, 뇌가 어 달리는 게 아닌가? 혼란스러워지면서 이게, 어지러워지죠. 차나 자전거 같이 뭘 타고 움직이면 덜할 텐데 직접 달릴 때는 어쩔 수가 없죠. 그러니까, .......... 야구는 못할 수도 있겠다.

일동 : (여전히 잘 모르겠다) ??

석 의사 : 쉽게 말하면, .......... 눈이 너무 좋아서 못 달리는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