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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흘 나 비
문 정 영 : 시인. 1997년 『월간문학』으로 등단하였다. 시집으로 『더 이상 숨을 곳이 없다』, 『낯선 금요일』, 『잉크』 , 『그만큼』 , 『꽃들의 이별법』, 『두 번째 농담』 등이 있다. 시는 따뜻한 감성을 바탕으로 존재에 대한 치열한 사유와 함께 삶의 원형질을 잘 드러낸다는 평가를 받는다.
너는 나비처럼 웃는다.
웃는 입가가 나비의 날갯짓 같다.
열흘쯤 웃다 보면 어느 생에서 어느 생으로 가는지 잊어버린다.
너를 반경으로 빙빙 도는 사랑처럼 나비는 날 수 있는 신성을 갖고 있다.
아무도 찾지 못할 시간 속으로 날아가는 나비를 본 적이 있다.
죽음을 보이기 싫어하는 습관 때문이다.
너는 나비처럼 운다.
여름 끝자락에서 열흘을 다 산 것이다.
나는 너를 보기 위하여 산으로 가는데 가을이 먼저 오고 있다.
너에게 생은 채우지 못하여도 열흘, 훌쩍 넘겨도 열흘이다.
한 번 본 너를 붙잡기 위하여
나는 찰나를 산다.
열망을 향해 날아가는
너를 잡을 수 있는 날이
열흘뿐이나
나는 그 시간 밖에 있다.
특히나 마지막 구절을 좋아하는 시입니다.
나비의 시간과 우리의 시간은 다르지만, 길다면 길고 짧으면 짧다고 할 수 있겠지요.나비는 비록 열흘이지만 그 시간 동안 모든 힘을 다 쏟아내며 살아가겠지요.
우리가 봤을 땐 나비의 열흘은 짧아 보이지만, 어느 누군가에겐 우리의 인생도 짧아 보일 수 있습니다.우리의 시간이 열흘뿐이라면? 열흘만 사랑할 수 있다면? 얼마나 열망 가득히 사랑하고 살아갈까요.
너를 반경으로 빙빙 돈 시간은 나비 같은 너를 위한 시간이었다.너는 열흘을 살았지만, 일생이 환희였다.나비처럼 이제 너를 붙잡을 순 없다.너와의 인연은 열흘, 아무리 좇아도 나는 너의 시간 밖에 있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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